클래식 음악

200년만에 발견된 쇼팽의 '잃어버린 왈츠'

파죨리 클래식 2024. 10. 31.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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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4년 미국 뉴욕에서 발견된 쇼팽의 왈츠 a단조

 

쇼팽 왈츠 악보 사진. 왼쪽 맨 위에 Valse(춤곡)이라고 적혀 있다


쇼팽이 20대 초반에 쓴 것으로 추정되는 왈츠가 200여년 만에 미국 뉴욕 박물관에서 발견됐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024년 10월 27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이 발견을 대서특필 했으며 피아니스트 랑랑이 이 곡을 연주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뉴욕타임즈 기사

NYT에 따르면 올해(2024년) 봄 뉴욕 맨해튼 소재 박물관 '모건 라이브러리 앤드 뮤지엄'에서 음악담당 학예사로 일하는 작곡가 로빈슨 매클렐런(Robinson McClellan)에 의해 발견되었으며 쇼팽 연구가 제프리 칼버그(Jeffrey Kallberg)를 비롯한 전문가들의 감정을 통해 쇼팽의 자필악보로 확인되었다. 악보가 적힌 종이와 잉크의 재질을 분석한 결과 이 왈츠의 작곡시기는 쇼팽이 20대  초반이었던 1830∼1835년으로 추정되는데 이 시기에 쇼팽은 연주여행으로 유럽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꽤 많은 피아노곡을 작곡했다.  하지만 쇼팽의 편지나 다른 문헌에 이 곡이 언급된 적이 없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떤 동기나 목적으로 작곡되었는지는 알수 없다. 1831년 자신의 조국 폴란드에서 일어난 혁명이 러시아에게 잔혹하게 진압당하자 쇼팽은 결국 프랑스에 정착하게 된다.

 

이번에 발견된 쇼팽의 a단조 왈츠(Katrina Suroveca)

 

 

이 왈츠는 전형적인 쇼팽 초기의 음악스타일을 보여주고 있으며 박자도 통상적인 3/4박자이다. 48마디밖에 안 되는 짧은 곡이기 때문에 느린 템포로 반복 지시를 지켜서 연주해도 연주 시간이 80초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나름 구성적으로 완결되어 있기 때문에 미완성이 아니라 완성된 곡으로 보고 있다.  고음부가 처음 등장할 때 아주 강하게 치라는 포르티시시모(fff) 기호가 붙어 있는게 인상적이다. 

2. 쇼팽의 왈츠에 대해 

 

쇼팽은 어린 시절부터 죽기 직전까지 30곡 이상의 왈츠를 썼지만 현재 악보가 온전히 남아 있는 것은 19개이며 생전에는 8곡만 출판되었다. 한동안 쇼팽의 현존하는 왈츠가 20곡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20번 번호가 붙어 있었던 일명 '우울한 왈츠(melancholic waltz)'가 찰스 메이어(Charles Mayer, 1799-1862)라는 작곡가의 곡으로 밝혀지면서 목록에서 빠졌다. 17번 번호가 붙어 있는 Eb 장조 왈츠도 쇼팽의 곡이 아니라는 논란이 있다. 

현재 실전된 왈츠 중에 6곡은 악보를 소장하고 있던 쇼팽의 누나 루드비카 쇼팽(Ludwika Chopin)의 집에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하는 바람에 소실되었으며 다른 곡은 악보가 발견되지 않고 작곡했다는 언급만 있다. 이런 와중에 모처럼 이 a단조 왈츠가 발견된 것은 정말 중요하고 기쁜 일이다.

왈츠는 원래 춤곡이지만 쇼팽의 왈츠는 춤을 염두에 두고 작곡된 것은 아니다. 춤을 추기에는 속도가 과하게 빠르거나 느린 곡이 많으며 곡 중간중간 템포가 바뀌는 경우도 많다. 또 쇼팽은 루바토(rubato, 자유로운 템포로 연주하라는 악상기호)를 자주 활용했기 때문에 춤을 출 때 합을 맞추기가 정말 어렵다. 이런 특징은 쇼팽의 다른 춤곡인 마주르카나 폴로네이즈 등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그래서 슈만은 쇼팽의 왈츠에 대해 '쇼팽의 왈츠는 춤을 추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곡이다. 그래서 매우 예술적인 곡'이라고 평했다. 슈만의 말대로 쇼팽의 왈츠(및 다른 춤곡)는 춤을 추기 위한 실용적인 목적보다는 음악 자체의 감상을 위한 예술성에 촛점을 맞춘 곡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왈츠 1번인 화려한 대원무곡 op. 18처럼 춤곡으로 충분히 어울리는 작품도 종종 있다. 

쇼팽의 왈츠 1번 '화려한 대원무곡' - 발렌티나 리시차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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