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곡가 모차르트가 사망한지 233년만인 2024년 9월에 모차르트가 어린 시절에 작곡한 미공개 악보가 발견되었다. 현지 시작으로 9월 19일 독일 라이프치히 시립 도서관은 성명을 통해 관내에서 모차르트가 10대 초반에 작곡한 것으로 추정되는 악보를 발견했다고 밢했다. 모차르트 연구원들이 모차르트의 음악 작품에 대한 ‘최종 아카이브’인 쾨헬 카탈로그의 최신판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도서관을 찾아 기록을 확인하던 중 이를 발견했다고 한다.
모차르트는 당대부터 매우 유명한 작곡가였기 때문에 그가 남긴 악보는 상대적으로 잘 보존되어 있으며 그래서 최근에도 종종 그의 악보가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나온다. 2018년에도 모차르트의 짧은 피아노곡 자필악보가 발견됐는데 2021년 1월 모차르트 주간 행사에서 조성진에 의해 연주되었다. 연주 들어보기
그런데 이번에 발견된 모차르트의 초기 실내악곡은 지금까지의 발견과는 좀 다른 측면에서 주목할만한 가치가 있다. 모차르트의 초기 실내악곡은 그 수가 얼마 되지 않고 그나마 모두 유실된 상태였기 때문에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없었는데 이 발견으로 드디어 실체가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발견과 관련된 몇가지 흥미로운 사안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1. 작곡 연대에 대해
이 작품은 1760년대 중후반 작곡된 것으로 추정되며 세레나데 C(C장조 세레나데)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전체 12분 길이의 현악 3중주로 짧은 7개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만 악보 자체는 모차르트가 쓴 친필본이 아니라 대략 1780년경에 누군가가 원본을 베껴 적은 필사본으로 추정된다. 아래는 각각 표지 사진과 악보 사진인데 출처는 여기이다. 쾨헬번호는 648번으로 정해졌고 간츠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Ganz kleine Nachtmusik, a very little night music)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악보의 표지를 보면 Wo(l)fgang Mozart라고 되어 있다. 어린 시절의 모차르트는 이렇게 그냥 볼프강 모차르트라고 썼는데 대략 1769년부터 미들네임인 Gottlieb을 추가해서 Wolfgang Gottlieb Mozart라고 쓰기 시작했다.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이 곡의 작곡연대를 1769년 이전으로 추정한 것이다. 참고로 Gottlieb는 모차르트 사후에 부인 콘스탄체에 의해 Gottlieb의 라틴어식 이름인 Amadeus로 바뀌었으며 이후 현재까지도 Wolfgang Gottlieb Mozart 대신 Wolfgang Amadeus Mozart라는 이름이 통용되고 있다.
2. 간츠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 발견의 중요한 의미
이 곡은 발견 직후부터 상당한 관심을 받았으며 그 덕분에 발견된지 한달도 되기 전에 다수의 연주자들에 의해 연주가 이루어졌다. 이미 유튜브에도 여러 개의 영상이 올라와 있는데 여러 연주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연주를 올렸다.
어린 시절의 모차르트의 작품은 자신의 주로 피아노 재능을 뽐내기 위한 피아노곡과 피아노 협주곡, 누나와 같이 연주하기 위한 바이올린과 피아노 2중주, 작곡을 공부하면서 쓴 소규모의 교향곡 등이며 실내악곡은 별로 없다. 이 시기에 특이하게 성악곡(아리아)도 몇곡 썼는데, 이는 2차 연주여행 중 런던에 머물렀던 시절에 당시 영국에서 잘나갔던 카스트라토 가수 지오반니 만추올리(Giovanni Manzuoli, 1720-1782)에게 성악을 배운 결과물이다. 만추올리에게 잘 배운 덕분에 모차르트 본인도 변성기 전까지 소년가수로 종종 무대에서 노래를 불렀다.
이 시절에 모차르트의 실내악 작품이 많지 않은 이유가 당시 실내악은 주로 귀족이나 권력자들의 잔치나 행사용 음악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음악은 주로 궁정에 소속된 음악가나 의뢰를 받은 외부의 전업작곡가에 의해 작곡되었는데 당시 모차르트는 아직 궁정음악가도 전업작곡가도 아니었기 때문에 실내악을 작곡할 기회도 동기도 충분하지 않았다. 부친 레오폴트 모차르트가 작성해놓은 모차르트의 작품 목록에 실내악이 몇곡 있긴 하지만 거의 유실된 상태였는데 이번에 모처럼 온전한 형태의(비록 자필 악보는 아니지만) 실내악곡이 발견된 것이다. 따라서 희귀성과 연구가치 측면 모두에서 상당히 중요한 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곡 자체는 전형적인 어린 시절 모차르트의 음악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는데, 다만 바이올린 2대와 베이스 악기(첼로)로 구성되 었는 악기 편성이 좀 특이하다고 볼 수 있다. 모차르테움의 연구원 울리히 라이징거에 의하면 모차르트의 누나가 기념으로 이 악보를 간직한 덕분에 유실되지 않고 남아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 곡이 작곡된지 250년 가까이 묻혀 있었던 것으로 보아 공개적으로 연주되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따라서 라이징거의 말이 맞다면 모차르트가 자신과 누나 및 부친의 가족 연주를 위해 작곡해서 누나에게 선물로 준 곡이 아닐까 하는 추정을 개인적으로 (근거는 없이)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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