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올리는 날 기준으로 어제(2024년 10월 2일) 발표된 그라모폰 어워드 피아노 분야에서 임윤찬의 쇼팽 24곡의 연습곡 앨범이 올해의 레코딩으로 선정되었다. 임윤찬은 특별상 분야에서도 올해의 젊은 연주자로 선정되었다. 임윤찬이 2004년생이니 만나이로 올해 딱 스무살인데, 이 젊은 천재 연주자의 상승세가 정말 놀랍다.
그라모폰 어워드는 영국의 클래식음악 전문잡지인 그라모폰(Gramophone)에서 1977년부터 매년 11개의 클래식 음악 분야에서 최고의 음반을 선정해서 시상하는 행사로 클래식음악 분야의 그래미상이라고 볼 수 있다. 클래식 음악 연주자들에게는 정말 영예로운 상이기 때문에 수상자들은 모두 시상식에 참석한다. 임윤찬의 수상에 대한 자세한 것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기 바란다.
Gramophone Piano Award 2024: Chopin's Études
Gramophone Young Artist of the Year 2024: Yunchan Lim
애초에 피아노 분야의 후보에 선정된 세개의 음반 중 두개가 임윤찬의 음반이었는데 한 표 차이로 사이좋게 1,2위를 차지했다. 다른 하나는 폴란드 출신의 피아니스트인 피오트르 안데르세프스키(Piotr Anderszewski)의 바르톡 & 야나첵이라는 음반이었다.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피아니스트인데 2021년에 바흐의 평균율 2집(발췌) 음반으로 그라모폰 상을 수상한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분의 디아벨리 변주곡 연주를 이 세상 모든 디아벨리 변주곡 연주 가운데 가장 좋아한다.
임윤찬의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12곡 음반은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것이 아니라 2022년 반클라이번 콩쿠르 준결승에서 연주했던 것을 음반으로 발매한 것이다. 당시 반클라이번 콩쿠르에서 보여준 임윤찬의 연주는 정말 센세이셔널했는데 그 감동이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실황 녹음이라 음질이 조금 걱정됐는데 요새는 기술력이 좋아져서 그런지 감상하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고 추가적으로 스튜디오 녹음에서는 얻을 수 없는 현장감도 느낄 수 있다.
링크해 놓은 그라모폰 페이지에 가보면 롭 코완(Rob Cowan)이라는 평론가가 임윤찬의 쇼팽연습곡 앨범에 대해 '훌륭한 선배들(마우리치오 폴리니, 후안나 자야스, 알프레드 코르토)의 장점을 흡수하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었다고' 평하면서 '임윤찬의 다이내믹스 조절은 정말 초인적인 수준으로 흐름이 끊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단기간에 이보다 더 나은 에튀드 음반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라고 극찬하고 있다.
또 팀 페리(Tim Parry)라는 평론가는 올해의 젊은 예술가로 선정된 임윤찬에 대한 논평에서 반클라이번 콩쿨에서 보여준 임윤찬의 연주는 정말 대단했다고 평하면서 ‘기교만 뛰어난게 아니라 독창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personal and imaginative) 터치를 보여준다. 어린 나이에 이미 자신의 음악세계를 갖추고 있다’는 코멘트를 했다.
개인적으로 임윤찬의 쇼팽과 리스트 음반을 들었을 때 가장 좋았던 것은 ‘버릴 곡이 없다’는 점이었다. 많은 곡으로 구성된 연습곡집이나 전주곡집 등의 앨범을 들어보면 곡마다 연주력과 해석력의 편차를 보여주는 연주자들이 상당히 많다. 어떤 곡의 연주는 정말 발군인 반면 또 어떤 곡은 ‘왜 이렇게 연주하지?’ 하고 갸웃거리는 경우가 꽤 있었다. 반면 임윤찬의 연주는 이런 편차가 전혀 없이 모든 곡에서 균일하게 임윤찬스러움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수많은 쇼팽/리스트의 연습곡집 음반이 발매됐지만 이 중에서 임윤찬의 음반은 두 연습곡집의 표준이자 모범으로 삼을만한 음반 중 하나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클래식 팬이라면 무조건 들어보시길 권한다.
한편으로 모든 클래식 앨범을 망라한 올해의 클래식 음반에는 아쉽게 ㅠㅠ 임윤찬의 쇼팽 앨범이 아니라 미국의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Hilary Hahn)의 '이자이의 6개의 독주 바이올린 소나타' 가 선정되었다. 다음에는 이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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