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이론

클래식 음악을 제대로 즐기기 위한 정말 최소한의 음향지식

파죨리 클래식 2024. 10. 1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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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사람 목소리와 악기에서 어떻게 저렇게 아름다운 소리가 나오는지 궁금한 적이 있었을 것이다. 또 시중에 나와 있는 수많은 음향기기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같은 음악인데도 음향기기에 따라 전달되는 소리와 느낌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이런 궁금증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음향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클래식 음악을 들을 때, 또 음향기기를 선택할 때 꼭 알고 있어야 할 최소한의 음향 이론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제대로 공부하려면 배우고 익혀야 할게 정말 많지만 우리는 음향 전문가가 되는게 목적이 아니라 음악을 즐기는게 목적이기 때문에 핵심적인 것만 알고 있으면 된다. 

1. 소리의 3요소 - 음량, 음정, 음색

소리를 구성하는 파동(사인파)



소리는 위 그림처럼 일정한 주기로 진행되는 사인파 형태의 파동이다. 흔히 소리의 3요소로 불리는 음량, 음정, 음색을 알게 되면 그 소리에 대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1) 음량(volume)은 말 그대로 소리의 크기이다. 소리의 크기는 진폭에 의해 결정되는데 당연히 진폭이 클수록 음량이 커진다. 우리가 스마트폰이나 음향기기의 볼륨을 조절하는 것은 바로 소리의 진폭을 조절하는 행위이다.

(2) 음정(pitch) 또는 음고는 음의 높이이다. 남성보다 여성의 목소리가 높게 들리고 첼로보다 바이올린의 소리가 높게 들리는 것은 바로 이 음정의 차이 때문이다. 이 음정은 파장의 간격에 의해 결정되는데 파장이 짧아질수록 음정이 높아진다. 다만 음향을 이야기할 때는 파장보다 주로 주파수(Hz)를 사용하는데 파장과 주파수는 역수관계에 있다. 따라서 주파수 관점에서는 주파수가 높아질수록 음높이가 높아진다. 

 f = V / λ
f : 주파수(frequency), Hz
λ : 파장(wavelength), m
V : 음파의 속도, m/s
  
(3) 음색(timbre)은 파형의 모양에 의해 결정된다.  앞서 그림에 나온 파형은 이해를 돕기 위해 가장 간단한 사인파 형태로 표현했지만 실제 목소리나 악기의 파형은 매우 복잡하다. 아래 예시로 보여준 기타와 피아노의 파형을 보면 실제 악기의 파형이 얼마나 복잡한지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파형자체는 복잡하지만 이 파형은 여러 개의 사인파의 조합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측정장비 등을 통해 파형에 포함되어 있는 사인파들을 분리해낼 수 있다. 자세한 것은 아래에서 설명하도록 한다.

기타와 피아노의 파형 - 상당히 복잡하지만 사인파의 조합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2. 음역과 음색에 대해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의 주파수(가청주파수)의 대역은 대략 20~20000Hz이다. 가청주파수는 저음역대 중음역대 고음역대로 세분하는데, 각 음역대는 확실히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 저음역대를 20Hz-250Hz, 중음역대를 250Hz ~ 2kHz, 고음역대를 2kHz 이상의 주파수대를 설정한다. 그런데 이 분류는 너무 대략적이기 때문에 60Hz 이하를 초저역대, 60~250Hz를 저역대, 250Hz ~ 2kHz를 중음역대, 2~6kHz 영역을 중고역대, 6~10kHz 영역대를 고역대, 10kHz 이상를 초고역대로 세분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의 목소리나 악기는 모두 고유의 주파수 대역을 가지고 있다. 콘트라베이스 같은 저음 악기와 바이올린같은 고음악기의 주파수 대역은 당연히 다르다.  각 목소리와 악기의 음역대는 아래 표를 참고하기 바란다

목소리 및 악기별 음역대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위에 있는 표는 악기의 기음(基音, fundamental)의 대역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악기나 목소리를 울려서 소리를 내면 기음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배음(倍音, overtone)이 같이 나온다. 배음은 기음의 2배 3배 4배......와 같은 정수배의 주파수를 가진 음으로 자연에 있는 모든 소리는 반드시 배음이 존재한다.  즉, 우리가 어떤 악기에서 100Hz에 해당되는 소리를 내면 100Hz뿐만 아니라 200Hz, 300Hz, 400Hz......와 같은 여러 배수의 음이 같이 나오는 것이다. 다만 배음에 비해 기음의 세기가 훨씬 강하기 때문에 우리 귀에는 주로 기음만 들리는 것이다. 

 

기음(Fundamental)과 배음(Overtone)



그래서 실제의 악기의 소리는 기음에 배음이 혼합되어 나타나게 된다.  바로 이 배음의 혼합으로 인해 악기만의 독특한 음색이 나타나게 되는데 악기마다 배음의 크기와 수가 다 달라서 독자적인 파형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같은 음높이의 소리를 내더라도 기타와 피아노의 소리가 전혀 다른 것은 배음의 차이로 인해 전체적인 파형이 다르기 때문이다. 만약 모든 악기의  배음의 크기와 수가 모두 같다면 악기의 종류에 상관없이  똑같은 소리가 날 것이다.  심지어 같은 악기끼리도 배음의 양상이 다 다르다. 그래서 같은 피아노라도 스타인웨이, 야마하, 파지올리 등 제조회사마다 소리가  다른 것이다.

 

기음과 배음의 혼합 - 대략적인 사각파가 구현되었다

 

이처럼 악기와 목소리의 파형은 상당히 복잡하지만 이 파형은 모두 사인파 형태의 기음과 배음의 조합에 의해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복잡한 파형이라도 계산을 통해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파형의 조합에 포함된 각각의 사인파를 분리할 수 있다. 신디사이저 등에서 특정 악기의 소리를 인위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것은 실제 악기의 파형을 분해하는 작업을 통해 파형에 포함된 사인파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악기에 따라서는 종종 배음 외에 기음과 정수배 관계에 있지 않은 소위 불협음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이 불협음은 독특한 음색을 만들어주지만 많이 섞이면 깨끗하지 않고 지저분한 소리가 난다. 

이 배음은 악기와 목소리의 음색을 결정할 뿐만 아니라 음악 연주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독주에서는 대체로 배음이 풍부한 악기를 사용하고 협주에서는 배음이 적은 악기를 사용하는데, 현악기의 경우에는 아예 실내악이나 관현악에 사용되는 악기와 독주에 사용되는 악기의 제작방식 자체가 다르다. 배음이 적으면 소리가 단조로운 대신 다른 악기와 조화를 이루는데 유리하고 반대로 배음이 많으면 소리가 두드러지기 때문에 혼자 돋보여야 될 때 유리하다.  바이올린 중에서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최고의 독주악기로 각광을 받는 것은 배음이 매우 풍성해서 소리가 상당히 돋보이기 때문이다. 사람 목소리도 마찬가지인데 배음에 따라 독창에 어울리는 목소리가 있고 중창이나 합창에 어울리는 목소리가 있다.

한편으로 이 배음은 이어폰이나 헤드폰과 같은 음향기기를 선택할 때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올리겠다.

3. 주파수에 대한 사람 귀의 민감도

 

앞서 사람의 가청주파수는 20~20kHz라고 했는데 이 영역은 단순히 들을 수 있는 범위를 나타낸 것이고 주파수별로 민감도가 다 다르다.  사람의 귀가 가장 민감하게 듣는 주파수대는 대략 2~5kHz 사이이며 대략 3kHz 주변에서 민감도가 최고가 된다.  반면 60Hz이하의 초저역대나 10kHz 이상의 초고역대에서는 감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특히 나이가 들면 초고역대의 감도가 점점 떨어지게 되며 나중에는 14kHz 이상의 소리는 사실상 들리지 않게 된다. 


그래서 오디오같은 음향기기나 신디사이저같은 전자 악기를 제조하는 회사에서는 사람 귀의 민감도를 고려해서 기기를 제작하며 특히 가장 사람이 민감하게 듣는 2~6kHz대의 튜닝에 상당한 공을 들인다. 게다가 이 주파수대는 보컬과 악기의 배음이 주로 나타나는 영역으로 목소리나 악기의 음색을 결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정말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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